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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터뷰, 화보, 광고

코스모폴리탄 2023년 11월호

 
 

 

GMF 출연 예고한 하현상 화보 공개

“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는 하늘이 있으니 거짓말들 같은 기적이 올 테니 이겨낼게 나.” 청춘의 순간을 노래하며 매일 한 뼘씩 자라나는 하현상의 오늘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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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밤이 지나면 아침이 오는 하늘이 있으니 거짓말들 같은 기적이 올 테니 이겨낼게 나.” 

청춘의 순간을 노래하며 매일 한 뼘씩 자라나는 하현상의 오늘.

 

 

Q : 〈코스모폴리탄〉과의 첫 만남 어땠어요?

A : 오랜만에 하는 화보 촬영이라 엄청 뚝딱거렸을 텐데, 잘 찍어주셔서 감사했어요. 처음으로 주근깨도 그려봤는데, 새로운 느낌이 들었던 것 같아 촬영하는 동안 너무 즐거웠어요.

Q : 요즘은 어떻게 지내고 있어요? 지난주엔 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 다녀왔죠?

A : 9월까지 전국 투어를 다녀왔고, 말씀하신 것처럼 요즘은 페스티벌 시즌이라 부산에 다녀왔어요. 록 페스티벌은 처음이었는데, 열기가 굉장했어요. 제 노래를 따라 불러주시며 다 같이 뛰었던 게 기억에 남아요.

Q : 열기로 가득한 무대에서 관객들의 시선을 끄는 현상 씨만의 기지가 있나요?

A : 시선을 안 끄는 것. 볼 거면 봐라 하는 마음이죠. 과하게 뭔가를 더 해봤자 나중에 이불 킥만 하게 되는 것 같아요.(웃음) 그냥 늘 하던 대로 하는 게 제 방법이에요. 있는 그대로 하되, 제가 할 수 있는 최선의 준비를 해서 보여드리는 것.

Q : 좋은 방법이죠.(웃음) 단독 콘서트 투어부터 페스티벌까지 쉴 틈 없는 일정을 보내고 있네요. 투어가 끝나고 몸살에 걸렸었다는 글을 본 기억이 나요.

A : 워낙 긴 호흡의 공연이기도 했고, 내내 긴장했는지 모든 공연이 끝나고 한동안 몸이 힘들더라고요. 쉽게 낫지 않아 고생했어요.(웃음)

Q : 지금은 괜찮아졌고요?

A : 그럼요. 지금까지 투어의 마지막 공연이 생생하게 기억날 정도로 제게 단독 콘서트는 소중한 경험이었어요. 긴 여정이라고만 생각했는데, 언제 마지막이 됐지 싶을 만큼 아쉽기도 했고요.

 

 


Q : 음악의 진가는 시간이 지나면서 드러나는 것 같다고 말한 적 있죠. 첫 정규 앨범 〈Time and Trace〉를 발표한 지 반년이 지난 지금, 이 앨범은 현상 씨에게 어떤 진가를 보여준 것 같아요?

A : 시간이 많이 지나고 난 뒤에 앨범 전곡을 들어본 적이 있어요. 그때 가장 처음으로 들었던 감정은 아무래도 아쉬움이었고, 좀 안쓰러운 느낌도 들었어요. 물론 그 순간엔 고생해서 만든 앨범이었지만, 좀 더 시간을 들였더라면 어땠을까 하는 생각이 들었거든요. 한 곡 한 곡 돌아봤을 때 안쓰러운 감정이 밀려오는 한편 이렇게 나올 운명이었으니까 하는 생각이 들기도 했어요. 이 앨범이 있었기 때문에, 이 경험이 있었기에 다음 앨범은 지금보다 더 좋게 만들 수 있다는 걸 느꼈던 것 같아요. 많이 배웠고, 덕분에 지금은 정규 앨범을 보면 좋은 마음이 들어요.

Q : 한마디로 표현할 수 없는 복합적인 감정이네요. 이 앨범이 가져다준 유의미한 변화도 있나요?

A : 지금은 그러지 않으려고 하는데, 그때 당시엔 저를 고립시키는 작업 방식을 취했던 것 같아요. 사람도 잘 만나지 않고 작업실에 틀어박혀 가혹하리만큼 치열하게 작업했죠. 하지만 이제 알아요. 내가 만들고 노래할 때 즐거워야 더 오래 음악을 할 수 있겠다는 걸요. 주로 혼자 곡을 만들지만, 이제 스스로 느끼는 강박은 내려놓고 친구들과 만나 함께 밥도 먹으면서 스트레스를 풀기도 하죠.

Q : 앨범을 듣는 내내 이 사람이 순간순간을 어떤 감정으로 기억하는지, 어떤 시선으로 세상을 바라보고 있는지, 마치 귀로 듣는 듯한 기분이었죠. 그만큼 현상 씨는 ‘나’라는 사람의 내면을 섬세하게 살피고 있다는 생각이 들었어요.

A : 저 실제로 명상도 되게 좋아하고, 내가 정말 좋아하는 건 뭔지에 대한 생각은 굉장히 많이 하는 것 같아요. 무언가 좋다는 생각이 들면 과연 이걸 다른 사람에게 이끌려 좋아하는 건지, 내가 정말 좋아하는 건지 알고 싶어요.

Q : 그래서 뭘 좋아하는 것 같아요?

A : 음… 요즘 와서 드는 생각은 어렸을 때 좋아했던 것들이 내가 진짜 좋아하는 것이 아닐까였어요. 음악으로 예를 든다면, 내가 학창 시절에 동경하고 따라 불렀던 노래가 지금 내가 정말 좋아하는 노래가 아닐까 싶은 거죠.

 


Q : 음악엔 그런 힘이 있잖아요. 어떤 음악을 들으면 그 음악을 처음 접하고 좋아했던 그 순간의 공기까지 떠오르게 만드는.

A : 맞아요. 음악을 들으면 그때의 기억이 확 떠오를 때가 있어요. 그러면 거기에 한참 젖어 있기도 해요. 지금도 모르는 것이 많지만, 지금보다 더 모르는 게 많고 천진난만했을 때 데미안 라이스나 제임스 베이의 음악을 들었던 제 모습도 생각나고, 처음 음악을 시작했을 때의 마음도 새삼 느껴졌어요. 날씨가 추워지니 부쩍 그 당시 생각이 많이나서 요즘은 그때 즐겨 들었던 노래를 다시 듣고 있어요.

Q : 어렸을 때 이야기가 나와서 말인데, 원래 꿈은 만화가였다면서요?

A : 네. 어렸을 때부터 워낙 만화를 좋아했어요. 〈삼국지〉 만화는 종류별로 열 번씩 다시 읽었을 정도로요.(웃음) 그러다가 언젠가 친한 형들과 여행을 간 적이 있었어요. 사람들이 많은 호텔 로비에서 한 형이 피아노 연주를 했는데, 그 모습이 너무 멋있어 보이더라고요. 그때 처음으로 ‘나는 음악을 하고 싶다’고 생각했죠.

Q : 문득 궁금해져요. 만약 현상 씨가 가수가 아닌 만화가가 됐다면 어떤 그림, 어떤 스토리의 만화를 그렸을지.

A : 저는 소년 만화를 되게 좋아하거든요. 결국 모든 역경을 이겨내고(웃음) 멋진 결말에 이르는 만화요. 그런 만화를 읽으면 기분이 너무 좋아요. 그래서 아마 만화가가 됐다면, 저도 소년 만화를 그리지 않았을까요?

Q : 지금 우리가 듣고 있는 하현상의 음악이 만화로 표현되지 않았을까 막연히 생각했는데, 역시 지금 하고 있는 음악과 비슷한 결의 답이 나오네요.

A : 어, 네. 그런 것 같아요. 굉장히 비슷하네요.

Q : 하현상에게 순간은 어떤 의미예요?

A : 인생 자체가 찰나인 것 같아요. 지금까지 긴 시간이 흘러온 것 같지만 눈 깜빡하면 90살, 100살이 돼 있을 거고. 사실 지금도 그렇거든요. 전 아직도 제가 고등학생 같은데, 벌써 20대 후반을 바라보고 있죠.

Q : 반대로 영원이라는 개념은요?

A : 음… 영원은 제게 필요 없는 것 같아요. 좀 아쉬운 듯해야 재미있고, 넘치는 것보단 약간 모자란 게 낫잖아요. 그래야 더 나은 다음을 기대해볼 수도 있을 테고요.

Q : 영원히 지속되는 것보단 지금 이 순간의 가치를 더 중요하게 여기는군요.

A : 네. 물론 아쉬운 점도 있지만, 제겐 지금이 더 중요한 것 같아요.

 
 

Q : 노래하는 하현상이 행복했던 순간을 떠올리면 어떤 장면이 그려져요?

A : 혼자 작업실에서 만든 곡이 비로소 공연 무대에서 빛을 볼 때 가장 좋죠. 그 노래를 관객분들이 다 함께 따라 불러주실 때는 더없는 보람을 느껴요. 그리고 제 노래로 희망을 얻고, 살아갈 힘을 받았다는 이야기를 들을 때면 더 열심히 해야겠다는 동기부여도 되고요. 단순히 감사하다는 마음 그 이상인 것 같아요.

Q : 음악할 때를 제외하면요? 뭘 할 때 행복감을 느껴요?

A : 절 즐겁게 해주는 건 되게 많아요. 야구도 좋아하고 축구도 좋아하고, 공놀이는 워낙 다 좋아해요. 만화책을 읽는 건 기본이라 자기 전에 늘 읽고 자요. 뭔가 다른 사람의 인생을 간접적으로 경험하는 걸 좋아하는 것 같아요. 그래서 만화책을 읽죠. 그런 이유로 영화 보는 것도 좋아해요.

Q : 상상력이 풍부한 편이죠?

A : 네. 만화책이나 영화를 볼 때 제가 이 사람이 됐다면 어땠을까 하는 상상을 해봐요. 좋아하는 영화는요? 좋아하는 영화도 다양한 편이에요. 얼마 전엔 코엔 형제의 〈인사이드 르윈〉이라는 영화를 재미있게 봤어요. 〈센과 치히로의 행방불명〉도 오랜만에 다시 봤고요. 누아르, 로맨스 등 장르도 가리지 않아요.

Q : 영화 〈인생은 아름다워〉를 통해 연기에도 도전했었잖아요. 다른 사람의 인생을 살아보는 경험을 해본 것과 다름없는데, 연기를 해보니 어땠어요?

A : 아, 정말… 어렵더라고요. 몇십 대의 카메라 앞에서 연기를 한다는 게 제겐 낯설기도 해서 배우분들이 얼마나 대단하고 멋진 일을 하시는지 또 한 번 느꼈어요. 그래도 영화 촬영이라는 경험을 언제 또 해볼 수 있겠어요. 어렵지만 너무 즐거운 경험이었습니다.(웃음)

 

Q : 그동안은 주로 내가 보고 느낀 것들을 곡에 담는 식이었다면, 언젠가 작가가 돼 영화 이야기를 쓰듯 노래를 지어보는 날도 올까요?

A : 정확하게 말씀해주신 것 같아요. 요즘 그런 곡을 더 많이 써볼까 하는 생각을 하고 있었거든요. 내가 직접 경험한 이야기가 아니더라도, 하나의 이야기를 만들어보고 싶은 욕심이 생겨요.


Q : 2023년도 이제 얼마 안 남았어요. 올해가 끝나기 전에 꼭 이루고 싶은 목표가 있나요?

A : 작업실에 안 간 지 오래됐어요. 이제 다시 곡을 써야 하는 시점이죠. 다시 즐겁게, 그리고 열심히 음악 만들기를 시작해야 하지 않을까 싶어요. 지금까지 많이 놀았으니, 그만 놀고 다시 들어가자!

Q : 2021년의 여름 장마, 2022년 여름에서 가을로 넘어가던 때. 첫 정규 앨범의 곡들은 모두 하현상의 어떤 시점에서 탄생했죠. 2023년의 가을, 하현상은 어떤 모습으로 기억되길 바라요?

A : 매해 그렇지만, 가을이 오면 좀 센치해지는 것 같아요. 그래선지 옛날 생각도 되게 많이 나는 것 같고요. 음… 그래서 지금 여러 생각이 들지만, 2023년 가을의 하현상은 매번 노력하지만 여전히 초심을 찾기 위해 노력하는 모습으로 기억됐으면 해요.